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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혁명: 맥북프로 레티나

2012.09.20 10:49:05 조회 수 7077 추천 수 0
그러니까.. 예전부터 항상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왜 책에서는 선명하게 보이는데, 컴퓨터 화면은 이렇게 뿌옇게 보일까?' 

특히 PDF 같은 문서가 그렇습니다. 물리적 크기는, 책 크기와 비슷한데도..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 A4 문서를 일반적인 15" 모니터에서 다 보기 힘들죠. 150~200% 정도는 확대해서 보아야 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책은 해상도가 높고, 모니터는 해상도가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해상도라는 말이 좀 애매할 수 있는데.. 1cm*1cm의 박스를 그리기 위해서, 책은 200여개의 점을 사용하고, 모니터는 90여개의 점을 사용합니다. 당연히 책이 훨씬 더 미려한 느낌을 주죠. HDTV와 일반TV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정말, 모니터 화면에서도 책과 같은 느낌을 갖기를, 너무너무 희망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애플에서 맥북프로 레티나를 내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하는 정도에서 알아 보았는데, 그것이 제가 꿈에도 바라던 것이었어요. 컴퓨터 모니터에서 책을 보는 그 느낌이요.. 
이제는 더 이상, 1024*768 같은.. 모니터 화소 수로만 판단할 수 없는 세상이 왔습니다. 기존의 모니터 화소 수에.. 얼마나 선명한지를 나타내는 지수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프로그래머입니다. DB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하지요. 그래서 항상 더 편한 인터페이스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애플이 이쪽의 대명사이기에.. 언젠가 아이폰이나 맥북을 써 보려고 했었습니다. 

수소문하여, 맥북프로 레티나가 전시된 곳을 찾았습니다. 그 느낌이란.. 정말 책을 보는 듯 했습니다. 정말 좋더군요. 

애플 공식 쇼핑몰에서는 1개월간 묻지마 환불을 해 줍니다. 크게 부담없이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처음 볼 때는 괜찮다가.. 사용하다가 보면 불편해 지는 경우가 많죠? (특히 의자, 모니터 같은 건.. 최소한 1주일 이상은 사용해 봐야 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정책이었습니다. 

거의 3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했습니다. 2주 걸려서 오더군요. 

정말 좋았습니다. PDF를 보는 데, 눈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A4 한 페이지가 그대로 보이는 모습이란.. 

웹 서핑도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선명하게 글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 1주일 정도 사용하고.. 반품하고 말았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시죠? ^^; 


너~~무 좋아서 반품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탑을 씁니다. 윈도우 PC이죠. 그리고 30" 모니터를 사용합니다. (프로그래머에게, 모니터는 클 수록 좋습니다. 벽면을 다 모니터로 바꾸고 싶은 정도에요..) 

 그리고 노트북은 집에서 일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맥북프로 레티나를 보다가, 윈도우 PC의 모니터를 보면 막.. 화가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그 동안 큰 문제 없이 봐 왔던 화면이.. 정말 못 보겠더라구요. 

제가 사용하는 30" 모니터는 150만원짜리입니다. 나름 하이엔드 제품이죠. (델 제품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오징어로 보인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습니다. 

아직..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일반 모니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노트북만 사용하는 분이라면 모르겠는데, 저처럼 PC 모니터와 노트북 모니터를 번갈아 사용할 경우에는.. 정말 사서 고생이라고.. 많이 불편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일할때는 일반 TV를 보고, 집에서는 HDTV를 본다면.. 일하는 내내 짜증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반품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일하는 모든 모니터를 모두 다 레티나로 바꿀 수 있을 때.. 그 때 바꾸어야 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애플.. 정말 대단한 회사입니다. 흔히 '외계인을 고문'하여, 혹은 '공돌이를 갈아'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표현을 쓰지요? 레티나 같은 물건을, 양산에 성공하여 제품화 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로 인한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저는 지금, 애플 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는 않지만,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고, 패드 시장도 선도했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아이폰5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한 변화만 있는 것 같지만.. 아이폰5 제품 페이지를 가 보시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그러나.. 모니터를 레티나 급으로 변경하는 혁명은 정말 엄청난 것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또 선도하고 있네요. 



레티나 디스플레이.. 사실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이것을 설명하려면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그냥 넘어가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에뮬레이팅을 하여 화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대형으로 구현하려면, 그래픽 카드가 매우 좋아야 합니다. 맥북프로 레티나도, 특정 해상도에서는 스크롤이 부드럽지 않은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찬사를 보냅니다. 감동했어요. 드디어.. 일반 모니터에서도 인쇄물 수준의 문서를 볼 수 있겠구나.. 하구요. 

윈도우 쪽은 거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쪽을 준비한다는 건.. 마이크로소프트 혼자만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윈도우 응용프로그램 개발사들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위한 개발을 따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윈도우 운영체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분들 역시.. 맥북프로 레티나 구입에 조금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맥북프로에서 패러렐즈 혹은 VMWare를 이용하면, 윈도우를 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패러렐즈 혹은 VMWare 상에서는.. 레티나 고해상도를 전혀 만끽할 수 없습니다. 그냥 뿌옇게 나옵니다. 


어쨌든.. 제가 봤을 때는.. 디스플레이 혁명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모두 보다 미려한 화면의 모니터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몇 년 앞서 선도하고 있는 애플에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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